The photography is the retina of schol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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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학자의 망막


Jeong Seong-Hun’s Telescope
정성훈의 망원경
20여 년 역사의 “천체망원경 자작공방(구 천망동)”은 천문기기를 직접 제작하는 아마추어천문가들의 모임이다. 천문관측과 천문사진촬영보다는 천문기기의 제작에 뜻을 둔 이들에게, 기기는 관측과 촬영을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 목적이다. 알루미늄을 가공하고, 합판을 잇고, 구멍을 뚫고, 거울을 깎아내는, 순수한 수공 공정방식에 의한 이들의 작업은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작업의 이유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망원경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바람, 나아가 자작 망원경 그 자체를 보고자 하는 열정 때문이다.
천체망원경 자작공방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정성훈은 나무재질의 6인치 뉴토니안 망원경을 제작하던 중, 갑작스러운 병으로 고인이 되었다. 망원경은 공방의 방장 유준규와 회원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리고 故 정성훈의 유언대로 한국스카우트 원불교연맹에 기증되었다.


Eom Taeho, Transit of Venus across the Sun
엄태호, 금성태양면통과
중학교 과학교사인 엄태호의 블로그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로 이루어진 충실한 과학 아카이브이다. 엄태호가 사용하는 아이디 “새길”은 그가 현재까지 제작한 다섯 개의 망원경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알루미늄의 가공이 불가능했던 그는, 대신 미송과 집성목, 그리고 마호가니를 재료로 팔각형 형태의 목제 망원경 새길#3을 제작하였다. 이것은 4×5인치 원판필름을 장착할 수 있는 뷰카메라 바디와 실물 환등기 렌즈로 구성된 이전의 망원경이 가지고 있던 결점을 보완한 것이다.
금성태양면통과는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공전하다가 태양의 전면을 가로질러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1세기에 단 두 번 벌어지는 희귀한 현상이라는 사실은, 금성태양면통과가 가지고 있던 과학적 가치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 18세기 초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는, 서로 다른 관측위치에서 금성/태양면 간의 접촉 순간을 관측하여 그 시차를 결정하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알게 된다는 것은 태양과 각 행성 간의 거리를 알게 된다는 것이었고, 이것은 결국 우주의 장대한 역사를 밝혀내기 위한 첫걸음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21세기 첫 번째 금성태양면통과는 오후 2시경에 시작되어 식후반부에는 일몰이 시작되었다. 엄태호는 태양 필터를 끼우거나, 혹은 구름을 필터로 삼아 금성의 운동 과정을 직초점 촬영하였다.


Song Jaewon, Gibbous Moon
송재원, 보름달 직전의 달
아이작 뉴튼(Isaac Newton)이 1672년에 고안한 반사망원경은, 리페르셰(Jan Lippershey)의 발명 이후 갈릴레이(Galileo Galilei)와 케플러(Johann Kepler)가 완성한 굴절망원경의 취약점을 보완한 대구경 기기였다. 아마추어 천문가 존 돕슨(John Dobson)은 1967년에 뉴튼식 반사망원경을 더 쉽고 저렴하게 제작하기 위해 간략한 구조의 혁신적인 가대를 고안해내었다. 송재원이 자전거 부속과 15mm-18mm 두께의 합판, 각종 너트와 볼트들을 가지고 직접 제작한 14인치 스트링 돕 반사 망원경은, 뉴튼과 돕슨이 고안한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천체관측에서 시상(視像, seeing)이란 지구대기의 안정도를 가리킨다. 온도와 압력, 바람, 습도와 함께, 시상은 천체관측을 위한 중요한 조건적 상황이다. 흐린 날의 천체관측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속설과 달리, 비 오기 직전 혹은 눈 오기 직전의 대기는 매우 안정적이다. 송재원은 적설량 7.5cm의 폭설이 시작되기 직전, 최적조건의 시상을 확인하고 보름달 직전의 달을 직초점으로 촬영했다.


Park Sung-Hyuk, Crab Nebula
박성혁, 게성운
국립과천과학관 천문대는 각종 광학망원경과 대형반사망원경, 전파망원경, 그리고 돔스크린 천체투영관을 보유하고 있다. 천문대의 건설을 도왔으며, 이후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던 박성혁은 이곳의 최첨단 장비들을 두루 사용하며 수많은 천문사진을 촬영했다. 그의 사진들은 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또는 천문대의 각종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과천과학관 천문대가 바라보는 깊은 하늘이 어떤 모습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우주를 떠돌던 먼지와 같은 성분들이 뭉치고 커지면서 탄생하는 별은, 엄청난 빛을 발산하며 자신의 죽음을 알린다. 초신성은 별의 탄생이 아닌 별의 죽음이다. 예측할 수 없는 초신성의 출현은 끈기있게 하늘을 관측하던 아마추어천문가들에 의해 발견되곤 한다. 박성혁이 과천과학관의 전파망원경을 통해 촬영한 게성운의 모습은 1054년에 나타난 초신성의 잔해, 다시 말해 천여 년 전 별의 죽음이 남긴 흔적이다.


Choi Seung-Yong, Jupiter
최승용, 목성
경제적이며 효과적인 동영상 촬영도구인 웹캠과, 네덜란드의 한 아마추어천문가에 의해 개발된 프로그램 레지스탁스(RegiStax)는 행성 이미지 작업에 큰 혁신을 일으켰다. 그 이름이 설명해주듯(Register+Stacks), 레지스탁스의 핵심기능은 동영상파일에서 최상의 프레임을 골라내어 이를 겹쳐주는 것이다. 행성, 그중에서도 목성촬영을 즐기는 최승용은 매우 정교한 과정을 거쳐 1분여의 동영상을 기록한 후, 레지스탁스를 통해 최종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최승용이 “파헤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것이 조작의 과정이 아니라 시각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백 장의 프레임을 겹쳐 노이즈를 제거하고, 이미지의 색과 명/채도를 조절하는 일련의 과정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것을 보기 위한 것이다. 960개 프레임의 집적으로 시각화된 목성은 대적반과 그의 위성 유로파의 아름다운 모습을 선명히 드러낸다.


Song Jaewon, Solar spectrum
송재원, 태양스펙트럼
송재원은 스펙트럼 촬영을 위해 간이 분광용 필터를 직접 제작하였다. 이 필터는 홀로그램 회절격자를 잘라 편광필터 마운트에 끼워 넣는 간단한 원리로 만들어졌으나, 송재원은 이 도구를 사용하여 시리우스, 베텔기우스, 베가, M42오리온성운, 목성 대기의 메탄, 그리고 태양의 스펙트럼을 촬영하고 그 성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스펙트럼이란, 분광기로 굴절시킨 빛을 파장과 진동수에 따라 배열한 분석이미지이다. 스펙트럼의 관측, 혹은 그 가시적 결과물은, 각각의 별이 지닌 고유한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이다. 송재원은 태양 스펙트럼을 촬영함으로써, 태양의 대기원소가 수소, 나트륨, 철, 칼슘 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1814년 독일 물리학자 프라운호프(Fraunhofer)가 관측하여 자신의 이름을 따 명명한 프라운호프선, 즉 태양의 대기에 흡수되어 검은 줄로 남는 파장들을 정확히 확인했다.


Club Byul-Baragi(KAIST), Double Cluster
카이스트 별바라기,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카이스트 천문동아리 별바라기의 회원들은 그들의 선배로부터 “명월이”를 물려받았다. 일본 빅센(Vixen)사의 102mm 굴절망원경인 명월이는 근 15년간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내려온 공동의 망원경이다. 명월이가 별바라기 공동의 망원경이듯, 그들의 천문사진 또한 공동의 이미지이다. 별바라기의 몇몇 회원들은 동아리방 건물인 태울관 옥상에 올라가, 북쪽 하늘에 시야를 촘촘히 메우며 모여있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NGC869와 NGC884를 촬영했다.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으며, 어두운 하늘이라면 맨눈에도 보이는 이 별들은 아마추어천문가들이 최초로 밤하늘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같은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태어나 비슷한 성질을 띠는 이 젊고 밝은 별들의 집단은, 천문관측을 목표로 모인 대학동아리의 열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Hwang In-Joon, Andromeda galaxy
황인준, 안드로메다 은하
젤라틴 브로마이드 감광유제가 등장한 1880년대 이전의 사진촬영은 눈 깜빡할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초기 사진이 몇 시간에서 몇 분까지, 즉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길이의 시간 동안 누적시킨 피사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한 장의 천문사진은 우주의 초월적 시공간을 압축시킨다. 황인준은 개인 소유의 호빔천문대에서, 직접 제작한 망원경과 적도의, 그리고 20도로 냉각시킨 CCD를 통해 안드로메다은하를 촬영했다. 10분씩 노출시킨 46개의 L필터 이미지와 12개의 RGB필터 이미지, 그리고 20분씩 노출시킨 3개의 Hα필터 이미지가 합성된 이 사진은, 그의 천문사진 중 가장 긴 노출시간을 통해 촬영된 것이다. 19세기 사진 속 모델의 떨리는 속눈썹과 미세한 옷 주름처럼, 220만 광년 거리의 아득한 안드로메다은하는 10시간 40분의 압축을 통해 그의 팽대부와 먼지띠를 드러낸다.  


Hwang Sang-Gwon, Total lunar eclipse
황상권, 개기월식
1980년대에 한국은 아마추어 천문학의 급격한 번성을 이루었다. 서울 천문동호회와 같은 아마추어 천문협회가 결성되고,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14m 전파망원경을 보유한 대덕우주전파관측소가 설립되었다. 황상권은 12살이 되던 1987년에, 우성정밀광학의 60mm 굴절망원경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망원경이자, 이후 20여 년간 관측과 촬영을 위해 사용한 유일한 장비이다.
현재 황상권은 육안과 망원경만을 사용하는 안시관측자이다. 그는 폭발변광성, 특히 신성의 변화추이를 수치와 그림을 통해 데이터화시키고 그 자료를 주기적으로 AAVSO(American Association of Variable Star Observers)와 공유한다. 그는 더 이상 사진촬영을 통한 관측을 하지 않는다. 반면, 그의 낡은 앨범 속에는 달과 태양, 별과 행성의 사진들이 빼곡히 꼽혀있다. 이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라서가 아니라, 그가 직접 본 것에 대한 사적 기록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1989년, 황상권은 지구의 본(本)그림자 속으로 가려진 붉은 달의 모습, 즉 개기월식 현상을 보고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Park Suyoung, Surface of the objective lens visualised by Foucault knife-edge tester
박수영, 푸코테스터로 시각화시킨 주경의 표면
망원경의 주경은 어둡고 멀리 떨어져 있는 천문대상의 희미한 빛을 모아서 아이피스, 혹은 부경에게 전달한다. 망원경이 빛을 모아주는 광학기기이고, 눈은 빛을 감지하는 시각기관이라 정의할 때, 주경은 수정체의 역할을 한다. 박수영은 자작 망원경에 들어갈 주경의 연마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 푸코테스터를 제작하였다. 이 기기는 망원경의 주경연마라는 희귀한 열정을 가진 아마추어천문가들의 자작 방식만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연마된 거울의 표면에 가는 빛줄기를 쏘면, 거울은 이 빛을 다시 반사하며 경면의 형태를 시각화한다는 것이 푸코테스터의 원리이다. 초점거리에 따라 기록된 주경 표면의 이미지는 박수영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치화된다. 
주경 표면의 사진은, 망원경이 천체의 모습을 얼마나 정확하게 박수영의 망막을 향해 반사시킬 수 있는가를 검증해준다. 오랫동안 자신의 시각적 기억력에 대한 회의를 품던 그는 사진을 기록과 검증의 실증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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